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몰입캠프 회고록

Created By: 성희 배 Last Edited: Jan 30, 2020 3:13 AM

한 달간의 몰입 캠프가 끝났다.

비트 고급반을 할 때는 거의 매일 밤을 샜다. 이른 새벽 4시까지 코딩을 하고, 컴퓨터를 끈 후 강의실에 둔 침낭에 누워 팀원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잠에 들었다. 아침에 일어나 기숙사에서 씻고만 나와 다시 코딩을 하고, 나가는 시간도 아까워 배달 음식만 시켜먹었다. 그런 나날들이 세 달간 이어 졌는데도 행복했다.

이 때부터 개발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. 친밀한 팀원들,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, 코딩만을 할 수 있는 환경, 발전 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그 꿈을 뒷받침 해주었다. 욕심이 생겼다. 비 전공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고 좀 더 깊고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.

그토록 원하던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 가장 자주 말하던 것은 “대학교 다 똑같아,” 였다. 편입을 하게 되면 모든게 바뀔 줄 알았다. 개발과 연구를 추구하는 학생들, 전공 과목 뿐이 아니라 신 기술까지 섭렵하여 학생들에게 전파하는 교수님, 어디서나 코딩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제공하는 학교를 기대했다.

지금 생각해보니 오만한 생각이다. 스스로 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떠 먹여 주길 바랐던 것이다.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인데 회피하고 미루고, 변명만 늘어놓았다. 과거에 기준점을 맞춰 비관하고, 이상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또 비판했다. 스스로가 선택자가 된 것 마냥 시혜 적인 태도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다. 몰입 캠프에 지원 한 것도 온전히 개발에만 신경쓰는 환경에서 개발만 하고 싶어, 라는 과거의 연장선에서 시작되었다.

비트와 굉장히 비슷한 상황에서 개발을 시작하였지만, 그 때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. 당연한 것이다. 그 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.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. 이 사실을 알아챘을 때에는 머리가 띵 했다. 지금까지 불평 불만만 늘어 놓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.

4주 동안 전국 내로라 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일주일 단위로 진행 하였다. ‘지능’(Intelligence), ‘창의성’(Creativity), ‘과제집착력’(Task-commitment) 영재성의 3요소이다. 다 똑같은 사람이겠지, 했는데 사고 방식 부터 달랐다.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, 빠르게 습득하며, 효율적으로 응용한다. 횡설수설한 설명도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했다.

여러 스타트업 CEO, CTO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.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정확히 알고,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추진 해 나가며, 자신의 일과 접목 시키려고 하는 점을 본받고 싶었다. 그들처럼 아낌 없이 조언 해 주고 격려 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.

4주간의 캠프 생활 동안 제일 많이 느낀 것은 아,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. 난 정말 범인이구나, 였다. 나의 부족함을 통감하고, 그래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 해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. 또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. 명함을 주신 선배님들과, 한 달 동안 동고동락한 분반원들, 알게 된 같은 학교 사람들, 이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고 영감을 받고 싶다. 그들의 태도와 삶의 방향성을 엿보게 되어 영광이었다.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나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.

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.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것이다.

좋은 프로그램을 기획 해 주신 의장님과, 한 달 동안 고생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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